감정이 길게 가면 소송도 길어진다
이혼은 종종 감정의 문제로 시작되지만, 끝은 서류에서 결정된다. 처음엔 단순했던 일도 감정이 깊어지면 절차가 꼬인다. 서로가 맞서기 시작하면, 말보다 문서가 많아지고, 결국 법원이 감정의 흔적까지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가정법원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일 중 하나는 작은 다툼이 오래가는 것이다. 단순히 양육 일정에 대한 의견 차이였던 것이, 서로가 서운함을 쌓으면서 신청서(RFO)가 몇 번이고 반복된다. 감정이 길게 이어지면 사건은 진행되지 않는다. 판사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정리가 아니라, 감정의 확인이 반복될 뿐이다.
현장에서는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서류는 다 냈는데 아직도 결론이 안 나요.” 실제로는 서류보다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혼은 서류가 움직여야 끝나지만, 사람은 마음이 멈춰야 정리된다. 법은 시간을 기준으로 움직이지만, 사람은 감정을 기준으로 멈춘다.
감정이 길어지면 비용도 따라간다. RFO가 늘어나고, 회신서가 쌓이고, 기일은 반복된다. 결국 싸움은 서류로 바뀌고, 그 서류가 쌓일수록 사건은 멀어진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감정을 줄이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이라 말한다.
이혼은 싸움이 아니라 정리다. 감정이 길어지면 정리의 시점도 멀어진다. 마음이 정리되면 서류도 정리된다. 법원은 그 순서를 바꾸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