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와 진술은 다르다
이혼 사건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장면이 있다. “제가 다 말했잖아요. 그게 증거 아닙니까?” 하지만 법원은 고개를 젓는다. 말은 기록이 아니다. 법원은 말이 아니라 문서를 본다.
상대가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면, 계좌이체 내역이나 송금 기록이 있어야 한다. “현금으로 줬다”, “카드로 대신 계산했다”는 말만으로는 판단이 어렵다. 반대로 상대가 생활비를 줬다고 주장할 때도, 그 흔적이 남아 있지 않으면 같은 취급을 받는다. 법원은 감정을 해석하지 않는다. 증거가 있으면 사실로 인정하고, 없으면 판단을 보류한다.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하자”는 문장이 남아 있으면 합의로 간주되지만, 전화로만 이야기했다면 남는 건 없다. 실제로 “통화로 합의했다”는 말을 수십 번 들어도, 판결문에는 단 한 줄도 반영되지 않는다. 그래서 법무사는 고객에게 늘 말한다. “말하지 말고 남겨두세요.”
진술은 순간이고, 증거는 과정이다. 서류에 적히지 않은 약속은 금방 사라진다. 실무에서는 감정보다 문서가 정확해야 한다. 결국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누가 증거를 남겼는가가 결과를 결정한다.